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요한 13,16) 너무 당연한 말씀이어서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13,17)
그 당연한 이치를 알고 실천하면 행복하다고요? 그래서 되돌아보면 그 당연해보이는 말씀을 어쩌면 우리는 잘 모르고 있기도 하고,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함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종은 주인에게 종속(從屬)된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종과 주인의 관계에서 주인의 뜻과 명령은 지상명령(至上命令) 곧 무조건 종의 뜻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파견(派遣)은 어떤 사명(使命, mission)을 받아서 수행하기 위해 어디론가 보내어졌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늘 드리는 미사(Missa)가 ‘파견되다’라는 말임을 동시에 기억하며, 파견된 이에게 있어 부여받은 사명은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수행해야 할 지상과제(至上課題)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 주님”하고 부르면서도 그분의 말씀을 실천함에 있어 여러 난관과 장애에 부딪쳐 온전히 그 뜻을 실천하지 못합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몸과 마음에 익숙해져서 ‘지상명령, 지상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최적화된 ‘생각과 말과 행동의 습관’이 길러져야 하는데, 다른 상황과 조건 속에 길러진 인간적 악습들로 인해 반복적으로 고해소에 가서 고해할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주님의 뜻을 받들고자 하는 마음과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함’을 아파하고 뉘우치기도 하지만, 그저 참고 악습을 ‘저지르지 않으려고만’ 한다면 이는 신앙생활을 참 힘들게 해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악습을 바꾸려면 계명을 실천에 옮기는 나만의 거룩한 습관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악습을 저지르기를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어울리는 새로운 실천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건넬 얘기는 비록 아니지만, 심지어 악습에서 탈피할 수 없는 것이 환경 탓이라면 직장이나 직업을 바꾸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교우들 중에서 기억하실 만한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십여년 전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봅니다. 십수년 전, 제가 이곳에서 살 때에 만났던 한 교우가 있었습니다. 부인과 의사였던 그 형제는 신자로서 ‘임신중절 시술’을 하지 않기 위해 수 차례 병원을 옮겨 다녔습니다. 월급을 적게 받거나, 다른 일을 더 많이 해서 업무량을 채우더라도 임신중절 시술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고용계약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이곳 북경에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의사가 필요했기에 이 조건을 수락했던 병원들이 항상 몇 달만 지나면 경영난을 이유로 시술을 강요하고, 결국 병원을 그만두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등의 이유로, 결국 이곳 저곳을 전전하던 형제는 가족들을 북경에 남겨둔 채 다시 한국으로 가, 고향인 서울 근방이 아니라 지방을 돌며 계속하여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이후로는 소식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형제와 가족을 보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병원과의 여러 가지 다툼과 압박, 소신을 지키기 위해 몇배로 열심히 일하고 계속 공부하는 등의 이유로 늘 지쳐보이는 외관과 달리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습니다. 고생스럽지만 살길이 막막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양심을 속이고 시술을 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우리 중의 누구더러 이렇게 살아라고 강요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이만한 각오와 노력으로 ‘주님의 게명을 실천하는’ 그 형제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낄 수가 없었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13,16-17)는 이 말씀의 참뜻을 십자가의 모범으로 보여주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이 당연한 이치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기합을 넣고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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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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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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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