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주님 만찬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합니다. 이 미사는 특별히 가톨릭교회 생활의 중심인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합니다.
주님만찬미사의 말씀으로 사용하는 요한복음은 발씻김예식에 관한 내용을 함께 전합니다. 발을 씻는다는 것이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류구원을 위한 '성사적 행위'(곧 은총을 전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느님이신 분께서 인간이 되시는 '강생(降生)의 신비'도 인류에게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방법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을 가지는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려 하시는지에 관한 여러 말씀들을 하시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주님만찬미사 때에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발씻김예식을 합니다. 매년 다른 분들을 초대해서 발씻김을 합니다(사실 말이 초대이지, 초대받은 분들은 매우 긴장하시죠^^). 어린이들에서부터 최고 연장자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수고하는 분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제가 신부가 되고 처음 지내게 된 본당에서 어느 해에 복사단 어린이들을 초대해서 발씻김을 하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예절연습도 하고 강론도 쓰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습니다 : "내가 이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가?"
아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주려고만 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되어주고자 노력함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웃기는 에피소드이기는 합니다만, 당시 초등부 복사단 어린이들( ※ 이 본당에서는 남자아이들만 복사를 했습니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가장 많은 아이들의 꿈은 "보좌신부"였다고 합니다. 수녀님과 어머니들이 주교님이나 교황님이 되면 더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보좌신부가 될 거야'라고 했답니다. 아이들에게 신부님이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던 듯 한데 이는 참 다행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제가 좋은 표양이든 나쁜 표양이든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을 더욱 깊이 생각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며 예수님께서는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하십니다. 누군가 - 복음에서는 제자들 - 에게 본받고 싶은 이가 되어준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심오하고 중요한 일이기에, 예수님은 목숨을 바치기까지 하셨을까요? 또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죽음이 가까워진 그 긴박한 순간에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애써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을까요?
이 발씻김을 통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섬김"은 단순한 인간적 미덕이 아니라 나와 이웃을 구원하는 결정적 방법이며, 어느때에 자주 실천할 만한 일이 아니라 '모든 일에 앞서 시급하게 실천해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더 나아가 이 "섬김"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힘입니다. 우리는 매번 성체성사를 통해 또다시 자신을 희생제물로 내놓으시는 예수님의 섬김을 받습니다. 그로 인하여 우리가 생명을 얻음을 믿습니다. 그 영원한 생명을 믿고 또 희망한다는 가장 확실한 표지는, 예수님의 섬김을 본받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를 위하여 지극한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또한번의 큰 위안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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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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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김"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힘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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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으로 진정 본받을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