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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저녁의 주님만찬미사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하는 전례입니다. 오늘의 전례와 복음의 말씀을 통해 성체성사의 참의미를 한 번 더 깨닫고, 성사의 은총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 더욱 깊이 일치하고 동참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일화를 전하는 요한복음의 이야기는 발씻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5)

 

  먼저 본보기가 되어준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한다면 남이 나를 보고 모방한다거나 닮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의 시선, 나아가 타인에게 끼칠 영향을 의식해야 합니다. 좀 피곤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자신이 누군가의 본보기, 롤 모델, 멘토 등 어떤 용어로 표현하든지간에 본받고 싶거나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자신을 위한 노력과 공덕(功德)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례로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 있으면 더 조심합니다.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려고 또한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자녀를 위한 사랑에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녀에게 좋은 부모이기 위한 것으로 그칠 수 있지는 않을까요?

  본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려면 단지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관리하는 것, 곧 자기수양(自己修養)에만 그쳐서는 안되는 듯 합니다. 그 표양과 모범을 보고서 참된 것, 선한 것, 더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하고 또 본받고자 노력할 만한 심성과 의지를 자녀가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면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본을 보여 주는데 왜 본받지 않느냐고 채근하거나 닦달하지도, 실망하거나 서운해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덕(德)을 갖추어서 저절로 본보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가면(假面)을 쓰고 있는 것처럼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13,7) 고 말씀하시는데, 과연 그러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본보기의 참뜻을 알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임을 믿어주고 보채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곧 닥칠 죽음의 위협 앞에서 조급히 굴거나, 본보기의 결실을 확인하는 데에 급급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제자들을 위한 본을 보여주고자 하셨고, 이것이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사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성체성사는 우리의 본보기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사랑을 본받아 이웃에게 사랑의 본보기가 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에 진정으로 감사하며 보답하는 길은 우리 역시 다른 이를 위한 사랑으로써 본보기가 되어주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셨고 또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그 본보기가 우리와 많은 신앙인들의 삶 속에서 사랑으로써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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