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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예전에 인터넷의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글을 메모해 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차를 운전하여 가던 중에 사고가 날 뻔 했다. 상대방이 한참동안 내게 거칠게 욕설을 퍼부은 뒤 떠나갔다. 상대방이 지나가고 나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내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 "당신 저 사람 알아?"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당신을 그렇게 잘 알아?"

 

사고가 날 뻔 했을 당시 상대방이 무슨 욕을 했는지는 이 이야기 속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속에 담긴 '나의 단점일 수 있는 모습'을 여태껏 아내는 내색하지 않고 참아주었거나, 아니면 굳이 말하지는 않아도 잘 알고 있었을 테지요. 아내의 이같은 모습은 단지 같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막연하게나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하는 희망을 지닌 채 남편을 지켜봐 온 것일 수도 있을까요?

  

  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마르코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 당시의 목격자인 제자들도, 오늘의 우리들도 기억해야 할 것은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시는 것은 우리에게 '부활의 희망'을 북돋우기 위해서였을 테니 말입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목표에 희망을 두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희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희망 때문에 기꺼이 고생을 감내하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그러기에 특별히 단식, 기도, 자선 등으로 대표되는 '극기와 고행'을 권장하는 이 사순시기의 희생도 "예수 그리스도처럼 부활하리라는 확고한 희망" 없이는 아무런 동력도, 의미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이 다른 것이어서, '죽었다가 부활할 것'을 막연한 일, 한참 후에나 일어날 일로 치부하고 자꾸 미루어두지만 말아야 합니다. 사도신경에서 우리가 고백하듯 '육신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지금의 내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간다면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항상 의식하는 사람들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따라나서 고생길을 함께하는 제자들에게, 또 믿음 때문에 수고로운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활의 희망을 가지도록 독려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힘을 얻고, '예수님의 거룩하심을 더 닮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순시기를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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