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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 가운데 이 부분은 그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마태 11,11)

 

  인류의 문명이 발전한다거나 시대의 흐름과 인식이 변하면서 그 변화와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사례를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림도 없던 패션이 지금은 유행하는 주류(主流)문화가 되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에 등한시하던 과거의 선도기업이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명성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역사 속에서도 오래 전에는 노예들에게나 시키던 직업으로 천대받던 의사는 현대에는 최고의 전문직종으로 각광받기도 하구요.

 

  세례자 요한은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구약(舊約) 시대’, 곧 율법의 지배를 받던 시대의 끝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적어도 예수님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맺어지는 ‘새 계약’의 시대를 누리거나 직접 보지 못합니다. 요한이 이미 간직하고 있던 ‘의로움’은 고대하던 메시아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의로움이었으며, 그가 외치던 ‘회개하라’는 가르침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준비시킬 가장 적절한 시점에 주어진 가르침이었으니 매우 유효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를 직접 목격하고 또 믿게 된 이들은 하느님 나라가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의 방식을 직접 살아가게 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듯, 율법의 시대에 하느님의 나라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할 요한보다도 더욱 하느님 나라를 잘 알고 또 누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이것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도래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상’에 살아가는 이들이 요한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 할 이유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느님 나라를 이미 알고 있고,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을 오늘에도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고 세상 끝날 다시 오실 것임을 의식하는 이 대림시기는 하느님 나라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더 가다듬고 정비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마음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가장 작은 이의 마음가짐이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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