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루카 4,14-22ㄱ)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이사야서 61,1-2의 말씀을 읽으신 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이 선언(宣言)은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과연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사야서의 말씀대로 ‘메시아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말하고, 이는 곧 예수님께서 구세주 메시아이심을 알립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정체를, 그리고 구원의 때가 왔음을 믿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하느님 나라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여기고, 삶의 자세와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반해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말씀이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간혹 사회에서 새로운 법령이 반포, 시행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회의 규칙들이 바뀌면 사람들이 이를 알도록 미리 법령을 고시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규정에 맞게끔 살아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의 모습이 변하게 됩니다. 이전에 있었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삶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그 법규의 뜻과 적용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의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법규를 이해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이들은 여전히 이전의 방식, 이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이 선언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진리의 선포,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된다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사건이 있은 지 이천 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는 이 선언이 현실로 와 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심지어 그분을 구세주로 믿는다는 우리들 가운데서도 말입니다. 그 말씀이 이루어졌음을 믿기에, 우리는 그 신조(信條)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자들에게 주어진 계명(誡命)의 가치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을 잘 곱씹어봅시다 :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계명은 힘겹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의 승리입니다.”(1요한 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