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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가 정리정돈을 잘 안합니다. 그래서 아끼는 물건이나 늘 어느 자리에 있던 것이 갑자기 눈에 띄지 않으면, 비로소 안타까워하며 그 물건을 찾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다가 말입니다. 뒤늦게에야 없어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안타까워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 누가 갑자기 사라졌다거나 연락이 끊겼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사람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으로 근심중에 보내는 시간이 분명 있습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근심의 정도는 더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는 나에게 있어서 수많은 이웃, 친구들 중에 한명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가족들도 있고, 수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하나 없어졌다고 아까워할 필요가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그는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나에게 있어서는 세상 그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둘만의 추억과 체험을 공유한 사람이고, 세상 어떤 사람도 그와의 관계를 똑같이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었던 사랑과 우정, 심지어 미움까지도 세상에 하나뿐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소중함을 기억하면서 잃어버린 한 친구를 걱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근심하고 걱정했던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그가 나에게 잘못한 것이 있든, 밉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었든 그때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바로 그러한 잃어버림을 체험한 뒤 다시 만나게 됨으로써 되찾은 기쁨을 상키시키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등돌리고 살던 한 죄인이 회개하는 것이 하느님께는 바로 그와 같은 기쁨이라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자기가 지은 죄가 두려워 돌아오기를 꺼릴지도 모르지만,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 죄라는 것은 이미 마음속에서 지워진 것과 같으며, 다시 이루어진 만남을 오히려 더 기뻐하시는 쪽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토록 기뻐하시고 우리는 그저 아버지께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데, 가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죄를 지었더라도 하느님의 이 자비를 기억하고, 그분께로 끊임없이 돌아감으로써 기쁨을 드리는 자녀들이 됩시다. 이것이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에 다시 마음의 문을 열어보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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