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사순 제3주간 화요일(마태 18,21-35)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말씀을 듣게 됩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의 비유를 들어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크신지를 깨달으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떤 종은 왕에게 만 탈렌트나 되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 금액을 환산가치로 매김하는 데에는 편차가 있으나 대략적으로 그 액수를 가늠해보자면, 노동자가 일당으로 받는 돈(한 데나리온)을 1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만 탈렌트'는 1조원 가량 되는 만큼 큰 액수의 빚입니다. 그러나 왕은 자기 종의 빚을 다 탕감해줍니다. 왜일까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발 참아 주십시오. 제가 다 갚겠습니다” 하고 애걸하는 종을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사람을 측은히 여기고 그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의지는 이토록 너그럽고 크신 것입니다.

  당신께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기만 한다면, 어떤 죄든지 상관없이 모든 것을 용서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죄지을 수 있는 사람이고, 허물을 지니고 살아감에도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끊임없이 초대하시고, 여러 가지 축복과 감사할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가도록 섭리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용서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임을 잊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하느님께로부터 빚을 탕감받은 것이 고마워서라도 다른 이들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본받으며,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너그러운 사람이기 때문이거나, 그가 내게 진 빚이 작아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며 살아가게 되고, 하느님으로부터 더 큰 잘못들도 용서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하는 것은 내가 주님께 지은 모든 죄를 용서받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