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마태 20,17-28)

  온나라에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었고, 임금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대신들은 임금 앞에 모여서 대책을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하고 그 사정을 소상하게 파악하기보다는 임금에게 더 잘보이고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 잘난 체를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이 가만히 보니 신하들의 자리 가운데 한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가 누구이며 왜 회의에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진 임금이 그 내용을 물어보았더니, 그는 백성들에게 양식을 나누어주고 병자를 치료해주기 위해, 자청해서 이미 다른 곳에 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임금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바로 옆자리, 혹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임금의 마음을 읽고 임금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그 사람입니까?

  사실 사람들이 가진 행복의 조건들은 대체로 상대적입니다. 오늘 제베대오의 두 아들과 어머니가 청한 것도, 그 이야기를 듣고 제자들이 화를 내고 질투하는 것도, 예수님의 가까운 자리에 앉아 영광스럽게 되기를 바라는 것을 다른 이들에 비해서 보다 영광스럽게 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는다는 것, 하느님과 가까이에 머무른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고 내 마음이 그분의 마음과 같아질 때에 자연스레 얻는 영광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 고난을 겪게 될 그 수난의 길에 동참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보신 것입니다.

  하느님으로 인해 영광을 얻고 싶으십니까? 하느님을 믿어서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스스로를 낮추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한발 더 움직이십시오. 우리가 스스로를 낮출 때, 하느님께서 첫째가 되시고, 모든 것 위에 높이 군림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레 하느님 앞에서 첫째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