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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이 일으키신 기적을 보고 딴지를 겁니다. 그 능력이 하느님의 것이 아니니까 자기네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빈정거립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무릇 자기가 하지 못하는 것을 남이 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보다는 거부하고, 왜곡하고, 흉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의 능력이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엘제불이란 말은 ‘집 주인’, ‘저택의 왕’이라는 뜻입니다. 베엘제불이 단순히 사탄의 이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집, 사람의 마음이라는 집에 들어앉아서 주인 노릇을 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가리키는 이름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는 마음, 마치 팔이 안으로 굽듯이 내 생각을 먼저 앞세우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생각을 내 생각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인간본연의 심성을 가리키는 이름인 듯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을 헐뜯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누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그 능력이 어디서 온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면서 자기들의 질투심을 엿보입니다. 마귀가 들려서 벙어리가 된 사람을 예수님이 고쳐주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래서야 예수님이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해서는, 그 선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자기네들이 보고싶은 대로 색안경을 끼고 이웃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누가 무언가 범상치않은 일을 이루어냈다고 전해들으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정말이야?’ 하면서 그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사실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인 첫반응일 것입니다.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인물인가에 따라서, 행동하는 그 사람의 심성에 따라서 어떤 행동이 나오는가도 결정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는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때마다 이루어지는 행적, 특히 타인이 보이는 선행과 모범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먼저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이웃의 좋은 선행과 모범이 우리에게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할 것이며,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선행을 실천하는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은 언제든지 이기심과 편견이라는 집주인이 들어와 앉을 수 있는 빈 집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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