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하거나 아버지를 부르고 찾을 때에도 자기가 필요할 때에나 혹은 더 좋은 것에 몰입해 있을 때는 대답하는 목소리부터 달라집니다.
아이가 재밌는 게임에 열중해 있는 가운데 어머니께서 부르시는 소리를 듣게 되면 아무 관심없다는듯이 퉁명스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밥 먹어라' 하시는 어머니의 부름이 몇 번이고 계속되고, 크고 날카로운 어느 정도의 음성을 듣고서야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행여 용돈이라도 필요하면 어떨까요? 이전의 퉁명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이 부모님께 웃음띤 얼굴이나 쑥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목소리도 밝고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다가가거나 혹은 부모님의 요청에 좀 더 밝고 상냥하게 응대할 것입니다.
아이들도 부모님께서 자신을 부르시면 어떻게 응답하는 것이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인지는 분명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모습이 항상 알고 있는 것과는 같지 않죠.
오늘 대림 제2주일의 복음말씀은 '회개하라'는 외침으로 다가옵니다. 회개는 '뉘우치고(미안해하거나 가슴아파하는 것을) 고쳐서 되돌려놓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회개는 진심어린 뉘우침과 후회에서 비롯되지만, 마찬가지로 생각으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개선(改善)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무엇을 뉘우치고 바로잡을 것인지는 각자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알고 있으면서도 미처 실행하지 못한 채 미루어두거나 포기해 버린 것"부터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회개하려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모습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어쩌면 좀전에 언급한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느님이든 이웃이든, 어렵고 힘들고 필요할 때는 애써 의지할 곳을 찾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에는 굳이 의지하고픈 마음이 사라지고, 어느 때의 고마움과 사랑의 정(情)도 엷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내가 간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양심상의 문제이지만, 정작 그 다른 모습들 속에서 하느님의 자리는 어느 정도에 놓여져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를 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요한은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습니다만, 자신이 이룬 성과나 사람들의 호응에 도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때에도 자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소명을 받았으며,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자신의 본분에서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 때', '풍족한 때', '아쉬움 없는 때'에도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그분을 먼저 생각하고 본분과 도리를 지키는 자세가 '회개'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할 신앙인의 삶의 자세이자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일에 도취되어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한 것을 하느님께 영광이 되도록 돌려드리고 그분께 자리를 내어드리고자 노력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 때에 비로소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알고 있지만 미루어 두던 것, 그것부터 단 한 가지라도 되돌려놓으려고 노력함으로써 회개의 은총을 누리는 신앙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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