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들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교회는 ‘천사’라는 순수한 영적 존재, 우리 인간과는 달리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영적 존재가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천사(天使)’라는 말은 원래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천사들 가운데서 우리는 성경에 뚜렷이 그 이름이 나타나는 세분의 대천사들을 특별히 공경합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입니다.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혹은 하느님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악마의 무리를 물리치는 하늘나라 군대의 총사령관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처럼 전능한 힘을 가진 자가 되고자 하는 교만한 마음이 있다면, 미카엘 대천사께서는 그런 악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사람’ 혹은 ‘하느님의 권능’이라는 뜻입니다. 구세주께서 어떻게 이 세상에 오실 것인지를 마리아에게 가르쳐주신 분이 가브리엘 대천사 아닙니까?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이 우리 인간에게 드러나기 전에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시고 우리들의 마음을 준비시켜주십니다.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주시다’라는 뜻입니다. 토비트서에 보면 악마의 힘에 눌려 재앙과 병에 시달리는 두 남녀를 돌보면서 그들에게서 마귀를 쫓아내고 재앙과 병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분이 라파엘 대천사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임을 고백하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말씀하시지 않으면, 그분이 누구이신지조차도 알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온갖 재앙과 병과 고통 때문에 아파하고 약해지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해주시고, 하느님의 보살핌을 느끼고 알게 해주는 분들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대천사들입니다.
세 분의 대천사들을 전례 안에서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천사들을 통해서 꼭 필요한 도움을 주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다시한번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천사들의 이름을 통해, 우리가 더욱더 하느님께 도우심을 청하고 의탁해야 할 순간들 - 곧 다른 사람들보다 높아지려는 오만한 마음이 들 때, 하느님의 뜻보다는 내 뜻을 따라서 살아가려고 발버둥칠 때, 그리고 질병과 고통에 신음할 때에 - 천사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의지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