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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참으로 어려운 것을 요구하십니다.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저주하는 사람에게 축복해주고, 학대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을 돌려대고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주고,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죄인들조차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잘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최소한 예수님의 제자이며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하면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원수를 사랑하고 은혜를 모르고 악한 자들에게 인자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말씀을 100% 잘 지키며 살아간다면 억울하고 속에 천불이 나서 어떻게 살겠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주님의 기도를 드리다 보니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드리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라고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우리가 용서하는 것 처럼 우리 죄를 용서해달라는 말은 바로 우리가 우리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남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의 말씀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살지 못합니다. 때로는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비로운 하느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아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성서에 다른 비유 이야기를 보면 어떤 사람이 일만 달란트나 되는 빚을 임금으로부터 탕감받았는데,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에게 빚독촉을 하면서 괴롭히다가 임금에게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 “나는 네가 불쌍해서 그 많은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우리는 자비로운 하느님께 무조건적으로 죄를 용서받았기에 다른 사람이 행여나 우리에게 잘못을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용서하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죄를 짓는데야 얼마나 큰 죄를 짓겠습니까만, 또 죄가 아무리 크다한들 ‘하느님의 자비’라는 큰 바다에 떨어지는 잉크 한방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잉크가 바닷물에 떨어져 바닷물을 검게 물들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잉크가 우리 마음에 떨어진다면 그 마음은 검게 물들고 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만큼 자비롭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운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요구들을 100% 실현하지는 못할지라도, 열번중에 단 한번만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큰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횟수를 열번 중에 한번, 한번에서 두 번, 세 번으로 늘려가도록 노력해서 우리가 하늘에서 받을 상급을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담아주시는 하느님의 상을 받는 사람, 그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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