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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식사 초대를 받아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손을 씻지 않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율법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바리사이파 사람은 “놀랐다”(루카 11,38)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알고 있으며 더군다나 하느님께서 보내신 위대한 분으로 공경을 받는 분이라면, 상식으로 되어있는 율법규정을 지켜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바리사이파 사람은 놀란 것입니다.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는다’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가 아니라, 율법규정이기 때문에 외적인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법을 철저히 지키는 바리사이파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들은 식사전에 준비된 돌 항아리에 손을 씻고, 식사 도중에도 다른 식사로 바꿔 먹을 때마다 손을 씻어야하는 율법의 사소한 규정까지도 철저히 지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보다 못한 서민들에 대해서는 자애심을 베푼다든지, 자기네들과 동등하게 대한다든지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들을 만나지 않고 피하는 것을 성스럽게 사는 방법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생활 중의 사소한 율법까지도 철저히 지키면서 산다는 자부심이 지나쳤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는 교만한 모습을 보였고, 자기들처럼 철저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의 자세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루카 11,39) 즉 접시와 잔을 깨끗이 닦아 놓는 정신, 율법의 사소한 것까지 철저히 지키려는 마음가짐으로 너희의 마음속을 깨끗이 닦으라고 훈계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라는 그릇 속에 사람에 대한 교만과 멸시를 담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전해줄 사랑과 온정과 자선을 담아 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일상생활 중에 사용하는 접시뿐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지어주신 마음이라는 그릇도 모두 다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활 속에서 진정으로 신경써야 할 문제는 외적인 관례나 형식에 얽매여서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목을 죄는 올가미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관례와 형식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선용함으로써 사람에게 봉사하고 자선을 베풀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법과 규정, 관례와 형식을 통해서 인격적이고 하느님의 모상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거듭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교회 안에서 많은 규정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답답해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 좀 안하면 안되나, 꼭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고, 억지로 규정을 지키기에 급급해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실이 점점더 짐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규정들을 지킴으로써 우리가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고, 그래서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웃들과 함께 구원의 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기 위해 있는 그 법과 규정들을 올바르게 지키는 것이며, 우리의 마음이라는 작은 그릇을 깨끗이 닦아놓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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