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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지난 주에 기념한 주님의 세례 사건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이 세상에 오시기로 약속된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은 세례자 요한의 입을 빌려서, 예수가 바로 그리스도이시라는 사실에 대한 증언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주님의 세례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바로 성자 예수님의 아버지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비둘기 모양으로 성령이 예수님 위에 내려오셨고, 하늘에서 음성을 들려주셔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고 몸소 증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증언은 예수님을 목격하고 만났던 사람, 바로 세례자 요한의 입을 통해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베푸시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과 똑같이 되는 축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게 하신 것처럼, 우리도 부활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창조될 때에, 인간은 한낱 피조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하느님과 같아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 하느님이시고, 같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예수님과 형제지간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과 똑같이 되는 은총을 받았고, 그런 영광스러운 지위를 차지하게 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사셨던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하셨던 일을 우리도 해야 합니다. 좋은 것만 똑같이 본받고, 힘들고 어렵다고 그것은 외면한다면 하느님과 같아지는 축복을 누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시지만 사람이 되셔서, 훨씬 더 낮고 미천한 자리로 몸소 내려오신 것처럼, 우리도 낮아져야 합니다. 스스로를 낮추고 다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겸손한 마음가짐을 보여줌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저 하늘높은 곳에서 이 낮은 곳에 있는 우리들을 찾아오신 신비를 우리도 본받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눈높이과 사고방식을 상대방의 수준과 입장에 맞추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이들과 같아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대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당이라는 이 공동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 공동체에서조차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과 사건을 만듭니다. 자기 생각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을 헐뜯기도 합니다. 그래서 편이 갈라져 아웅다웅거리고,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할큅니다.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느님의 이름은 빛좋은 개살구마냥 온데간데없이, 자기 생각대로 남을 판단하고 그 생각이 관철되지 않으면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우리가 예수님과 한 형제이며,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한 형제요 자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을 완전히 쏙 빼닮을 수는 없다고 하지만,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서로에게 모범이 되어주고,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에 일익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떳떳이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내던지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충실한 종이며,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우리가 인정받아야 하고 인정받고 싶어야만 하는 분, 그분은 오직 하느님뿐입니다. 사람의 생각으로 교회를 움직이고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치는 여느 단체처럼 여기지 맙시다. 우리 중에 누구 하나라도 하느님의 구원을 세상에 가져오는 데에 기여하지 못하고,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다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는 그만큼 더디오게 되는 것입니다.

 

  저 높은 하늘에서 스스로 낮은 곳을 찾아오신 주님처럼, 스스로의 생각과 콧대를 높이기보다는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화하며, 편갈라져 다투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며, 인간적인 욕심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고 실천하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봅시다 :

  ‘나는 예수님을 닮은 어떤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주고 있습니까?’

  ‘나는 예수가 하느님이시라고 증언하며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예수의 이름을 빌려서 내 뜻을 드러내며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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