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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왕을 꼽으라고 하면 인기투표 1위는 단연코 세종대왕의 몫일 것입니다. 위대한 왕, 훌륭한 왕을 꼽는 기준이 무엇이기에 대왕이라고 불릴만큼 칭송을 자자하게 받는 왕이 되었을까요? 훈민정음의 창제와 반포에서부터 많은 과학적, 문화적, 정치적 업적을 이룬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그 업적을 통해 백성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그 업적들을 보면 세종임금이 왕으로서 백성들의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백성들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위대한 왕으로 손꼽힐 것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이 날은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왕으로서 오셨으며,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분이 언젠가 닥쳐올 세상끝날에 왕으로서 다시 오실 것이라고 약속하신 것을 기억하며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날입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은 인간의 눈으로 볼때는 약자의 모습을 지니신 그리스도께서 왕권을 행사하시는 장면을 전해줍니다. 적대자들의 핍박과 박해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려 대역죄인처럼 모진 대접을 받는 예수님, 강도죄로 십자가형을 당하는 죄수에게마저 조롱당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왕의 위엄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왕권을 처음으로 행사하십니다.

  그 장면은 다름아닌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 오른편의 십자가에 매달린 죄수가 주님의 왕권을 인정하고 그분께 의탁했을 때, 예수님은 당신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주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십니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왕이십니다. 이 세상에서는 약자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그분은 당신의 주권을 행사하시는 왕이십니다. 그분은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편에 서시는 사랑의 왕이십니다. 당신께 돌아오는 죄인들을 한없이 품어안으시는 용서의 왕이십니다. 적대자들과 다투고,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분이 아니라 그 적대자들까지도 당신 나라의 백성이 되도록 초대하시는 평화의 왕이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나라가 사랑의 나라, 용서의 나라, 평화의 나라이기에 우리는 하느님나라에서 영원토록 살게 되기를 바라고, 그리스도를 왕으로 받들어 모시며, 그분이 주시는 구원의 약속을 되새기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그리스도를 왕으로 받들어, 그분의 다스림을 받으며 사는 백성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와 평화로 말미암아, 우리는 위대하고 어진 임금을 모시고 사는 행복한 백성이 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이나 아무리 위대한 임금도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주지는 못했지만, 주님께서는 바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를 죽음에서 구해주셨습니다. 이보다 더 힘있는 왕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에게 왕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의 현존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분명해집니다. 오늘 한 강도가 주님께 의탁하여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된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주님께 의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언제나 주님께 향하여 드리면서,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용서와 평화가 우리의 삶 안에서 항상 드러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강도가 예수님께 드렸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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