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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흔히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 사람의 생을 마감하는 것에도 어떤 사람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 하면,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죽어서 하느님 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노인이 정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사시는 모습도 봅니다. 한국의 본당에 있을 때에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신 어른들을 위해 병자봉성체를 해드리러 다니면서 이런 말을 많이 듣고 또 생각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역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해진 때가 있나 보다’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반대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죽이려는 마음마저 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하지를 못합니다. 복음은 그 이유를 ‘아직 당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반대자들의 음흉한 마음을 알고 계셨고, 당신이 걸어가실 길에는 죽음의 시간과 영광스러운 부활의 시간이 모두 있을 것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 '때'까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생각하며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이 기다림은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계획하고 원하고 짐작하는 때에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우리 뜻대로 이루어지지만은 않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며,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때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며, 예수님께서 그토록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차분한 기다림을 위해서 영적으로 침묵하고 고요함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생각하면서 그 뜻에 맞게끔 안배된 시간을 헤아리고자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고 곱씹으려고 노력할 때, 가슴을 졸이면서 안절부절하는 기다림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면서 주어진 때를 기다리는 자의 평화로움을 간직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기만을 바라고 성급하게 구는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보면서, 주님의 때, 하느님의 시간을 바라보며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찾도록 이 사순시기동안 열심히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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