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일인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확인시켜주는 사건인 동시에, 하느님의 아들의 영광과 더불어 그분의 정체성(identity)이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마태 9,31) 곧 십자가의 수난을 통해 드러날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입니다. ‘영광과 수난’이라는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이 예수님의 정체성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실체와 진실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올라간 베드로와 동료들은 피곤했던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어느샌가 눈을 떠보니 기도하시던 예수님 모습이 갑자기 전혀 달라 보입니다 :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제자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9,33) 황홀경에 빠져있었습니다. 자신들 앞에서 지금껏 하느님으로서의 능력과 권위를 보여주셨건만 아직 그분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모습이 변하는 이런 사건이 아니고서도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잘 알 수 있었다면 당황하지 않았겠죠?
우리도 때로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지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습관화된 딱 그만큼의 관심으로 지켜봐 왔다거나, 어떤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면서 지내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을 바라보면서도 성적, 돈벌이, 재산, 용모, 건강 등의 기준으로 비교하거나 판단합니다. 자주 세속적인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판단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 휘둘려서 자신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어떤 것에 너무 집착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도 눈을 제대로 떠야 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련의 시간 속에서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내 삶의 기회, 다른 사람들, 공동체, 그 안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뜻과 손길 등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보게 되었을 때 당황하고 어리둥절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이번 사순시기에 실천하는 ‘회개(悔改)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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