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성탄(聖誕)으로 완성된 가정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사업의 시작점이 되었듯, 우리의 가정공동체도 사랑과 구원의 보금자리이기를 기도합니다.
요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빈번하게 드러나는 각종 비행과 범죄, 구조적 사회악(社會惡) 등에서 가정공동체의 붕괴로 인한 여파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사랑이 결핍되어 생겨난 정서적 어려움이나 공허함은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이’, ‘괴물’, ‘폐인’과도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로 인하여 가족이나 사회가 부담하는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가정공동체의 중요성을 머리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많겠습니까마는, 정작 가정공동체 안에서 함양되어야 할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배웠으나 가족 이외의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이유를 스스로 발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고는 하는데, 이것이 본인 한 사람만을 생각한다는 차원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마땅히 사랑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의무적 책임감을 받아들인 사람 외에는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면 이 무관심이 ‘나를 중심으로 한, 나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이들만을 위하는 이기적 태도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신앙인의 가정공동체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와 명분을 넘어 하느님께서 요구하고 원하시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임을 함께 배워야 합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옳다고 여기저기서 배웠기에 받아들입니다. 부모님도 그렇게 원하시는 것을 알아서 지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모에 대한 순종’은 하느님의 뜻이기에 받아들이고 지킨다는 마음, 곧 ‘계명에 대한 순종’이기도 합니다. 이를 함께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사실 성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모든 신앙인들은 성가정을 이루고 지켜가는 노력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신앙인들의 공동체’를 이룩할 뿐 아니라 미래에도 (자녀 세대들이) 이런 모습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지켜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갑니다.
때로는 세상 그 어떤 사랑보다 크고 위대하다는 부모의 사랑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사랑의 결핍’이 존재한다면, 이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우고자 하는 정신과 기도, 교육이 뒷받침될 때에 우리는 비로소 성가정을 본받은 가정공동체를 이룰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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