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왕으로 오신 것을 기억하고 경축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참하는 우리들이 수행할 왕직(王職)에 대해서도 되새겨보는 날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으면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세가지 직무, 혹은 직분를 받습니다. 예언직(豫言職), 사제직(司祭職) 그리고 왕직(王職)입니다. 세상에 하느님나라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수행할 자격과 책임을 얻었고, 우리와 세상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하고 기도할 책임을 맡았으며, 교회와 하느님나라에서 왕노릇, 주인노릇을 할 자격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왕직은 교회 안에서,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에서 왕노릇하며 거들먹거리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이며 세상의 주인으로서,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게 될 사람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불리움받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같은 집에 있어도 집주인이 손님보다 집안을 청결하게 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이루기 위한 관심과 노력에 더욱 충실할 것입니다. 한 발 더 움직이고, 집안을 관리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세상과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더 많은 열정과 사랑으로 봉사해야 할,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맡았다는 것이 바로 ‘왕직(王職)’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은 이땅에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사명 또한 봉사하는 왕이셨고, 그 직무를 이어받은 우리 역시 세상을 더많이 사랑하기에 더욱 기꺼이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예수님은 다른 이들의 힘을 빌어 구원사업을 완성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희생하심으로써 그 모든 일을 이루셨습니다. 복음에서 ‘내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며, 나는 진리를 증언하러 왔다’고 하심은 바로 이를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섬기고 봉사하는 왕’이셨습니다. 그분의 나라는 섬김과 봉사를 통해 유지되는 나라이며, 예수님이 보여주신 진리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우리를 살리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진실된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세상 모든 사람의 구원을 이루신 위대한 왕이시지만, 세상 모든 사람 각자에게 사랑을 베풀고자 하신 어진 임금이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우리의 이웃 한사람에게도 소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고자 노력함으로써, 예수님처럼 봉사하는 왕, 세상을 살기좋은 곳,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성군(聖君)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봉사하신 그리스도왕처럼, 우리도 봉사함으로써 세상과 하느님나라에서 왕노릇,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게 될 것임을 기억하고, 더 많은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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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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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세례받고 첫 영성체하는 영혼들을 축복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