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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교회의 모습을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는 처녀들의 비유를 통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열 처녀가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섯은 슬기롭고 다섯은 어리석다고 합니다. 복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차이는 단 한가지, 등불을 밝혔다가 꺼져가려 할 때에 등불을 다시 밝힐 수 있는 기름을 충분히 준비해두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처녀들이 밝혀 들고 있는 등불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세상 끝날,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그날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밝히는 등불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사는 것입니다.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주님께서 언젠가 우리를 구원해주실 그날을 학수고대하는 희망으로 사는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 남겨주신 사명, 하느님처럼 자비롭고 사랑이 지극한 모습으로 살아,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 충실함으로써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항상 그렇게 살기에는 세상의 유혹과 시련이 우리를 너무나도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켜두었던 사랑의 등불이 꺼질 위험에 놓이고, 심지가 깜빡거립니다. 그럴때 등불을 더욱 환하게 밝힐 수 있는 기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름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는 것, 그것은 바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행하는 기도, 이웃에게 관심의 눈길을 돌리고 주님을 닮은 모습으로 자비를 실천하게 인도하는 자선과 용서,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우리의 조건없는 사랑을 드러내는 선행과 희생들입니다. 그래서 슬기로운 처녀들은 이런 기름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줄 수 없는 것입니다.

 

  새로 세례를 받으신 분들이 처음에는 뜨거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다가 곧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쉽게 냉담자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교회로 인도되어 세례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관심과 사랑이 떠나버렸다고 느끼고, 자신의 마음속에 밝혔던 믿음의 등불을 계속 타오르게 할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소공동체 모임이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 신심단체나 다른 활동모임, 신앙인들끼리의 만남과 대화 등을 통해서 마음을 환히 밝히는 기름을 얻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언제 오실지 모릅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오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곧 오실지도 모를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실 그 길을 환히 밝힐 수 있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등불을 잘 켜두고 계십니까?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마음속의 등불을 환히 밝힐 수 있는 기름을 준비하십시오.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맞이하게 될 때에, 오직 그분만을 바라보며 헛군데에 정신을 쓰지 않아도 되는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우리도 항상 주님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내가 등불을 밝히기 위해 준비해 두어야 할 기름이 무엇인지 곰곰이 묵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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