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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하던 일도 멍석을 펴 놓으면 안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발성(自發性)의 중요함을 상기시키는 말이 아닐까 하는데요,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하면 더욱 신이 나고 힘도 들지 않는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왕이면 무슨 일이든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말씀하십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하신다거나 짐을지지 말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예수님에게서 ‘온유함과 겸손함을 배워서’ 그 짐을 편하고 가볍게 질 수 있음을 일러주십니다.

  우리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죄악과 고통의 멍에를 십자가의 형벌로 짊어지신 예수님께서 그 짐을 ‘편하고 가볍게’ 짊어질 수 있었다면, 그 ‘온유함과 겸손함’은 ‘자발적인 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간의 배신에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신 온유함이나, 부당하게 받게 된 고통 앞에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겸손함은 진실로 예수님이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셨음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우리도 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감당하면 짐과 멍에는 가볍고 편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계명을 지키든, 공동체나 단체의 규율을 지키든, 이를 자발적인 자세로 지켜내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그 짐은 무거운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소한 불편함 하나에도 불평이 늘어나고, 계명을 지키는 데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의 계명이나 공동체의 규율을 가르치고 지키도록 이끄는 이들도 사랑과 배려의 정신을 잃지 않아야겠습니다만, 그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이들 또한 그 수고로움의 이유가 ‘사랑’에서 비롯됨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그의 첫째 편지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계명은 힘겹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1요한 5,3-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자발적으로 일상을 봉헌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주님께서 주시는 내적인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모든 부족함에도 우리를 용서하시며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결코 무거운 짐이나 멍에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짊어지는 멍에는 주님과의 깊은 만남 안에서 오는 위로와 평화의 원천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더 큰 사랑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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