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학자는 율법의 규정을 해석하고 그것을 잘 지키도록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규정 그 자체를 지키는 것에만 충실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질문을 던지는 율법학자는 율법의 정신이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도록 사람을 인도하는 것’에 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율법학자의 생각을 읽으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혹은 이전의 번역처럼 '하느님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지 않다고 하십니다. 이는 마치 “무언가 아직 부족한 것이 있지만, 그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너는 알고 있으니,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시는 듯한 말씀으로 들려옵니다.
그러면 무엇이 부족할까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율법의 정신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드러내어야 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그 오른편에 매달려있던 강도가 했던 말을 기억해 봅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 되실 때에 저를 기억하여 주십시오.’ 이때에 예수님께서는 좀 더 분명하게 약속하셨습니다 :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님께 대한 확고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오직 한분뿐이신 하느님의 권능에 귀의하고 믿음을 두는 것, 하느님을 사랑하는 첫째 방법입니다.
둘째는 법의 정신을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신앙고백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노력과 공부와 기도, 그리고 이웃을 향한 애덕실천에 힘쓰는 모습으로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 '너는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도록 힘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