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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과 그리스도의 재림이라는 사건을 이야기하시면서 이 세상이 끝나는 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두 부류의 모습을 제시하십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까닭은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구원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가르치시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면 두 부류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한 부류는 세상에 닥쳐올 무서운 일들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직감할 때에, 공포에 떨다가 기절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부류는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의 아들이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인 채 이 세상에 다시 오시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이 구원받을 때가 왔음을 알아차리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살던 곳이 멸망하고, 엄청난 재난을 당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이상한 징조들이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고 공포에 떨기보다는 차분하게 세상끝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겠습니까?

 세상이 끝나더라도 내 삶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되셨던 것처럼,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부활시켜주실 것임을 믿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위령의 달인 11월을 보내면서, 특별히 다음의 말씀을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미사를 지내다가 성찬의 전례를 시작하며 감사송을 바칩니다. 그 가운데 위령감사송에 이런 기도문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정녕 죽음이 세상의 끝날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믿는다면,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어떤 광경에도 현혹되지 않고, 지금의 삶을 보다 가치있는 삶,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는 삶으로 가꾸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부활을 믿는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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