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트라피스트회라는 수도회를 아십니까? 한국에도 경상남도 마산시에 수녀회가 진출해 있는데요, ‘침묵의 수도원’으로 특히나 유명합니다. 베네딕토회의 규율을 기반으로 하여 이를 엄격하게 지키는 수도규칙을 생활화하는 수도회인데, 그 가운데 11세기 말 프랑스 시토(Citeaux) 지방에서 시작된 수도원을 모원(母院)으로 하는 그룹을 ‘시토회’라고 부릅니다. 오늘 전례에서 기념하는 베르나르도 성인은 시토회의 창립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시토회의 기틀을 마련하신 분입니다.
시토회는 수도 생활의 단순성을 강조했습니다. 클뤼니 수도회가 10세기 후반부터 미사 전례와 교회 예술을 화려하게 발전시켜 중세시대 교회의 기틀을 놓았던 데 반해, 시토회는 전례 거행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켰으며 성당 장식도 아주 수수하게 단순화시켰습니다. 특히 시토회는 문맹자들을 위해 성경 말씀이나 교리 내용을 담아 제작한 성화상들도 단순성을 위하여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시토회는 과도하게 기부금을 받지 않고, 수도자들 스스로 육체노동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계를 자급자족하고자 했습니다.
시토회는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자 청빈을 실천하면서 농사와 관련된 육체노동을 실천하고 거룩한 독서를 통한 기도 생활을 실천하기 위하여 가능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수도원을 설립하고 은수 생활 방식을 포함한 공동체 수도 생활을 실천했습니다.(하루에 6시간의 기도, 6시간의 노동을 기본으로 지켰다고 합니다) 특히 시토회는 애덕(愛德)을 강조했습니다. 수도자들은 수도원 안에서 수도 생활을 통하여 사랑으로 일치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수도자들은 다양한 사랑의 발전 단계를 고찰하면서 하느님을 향한 일치를 염원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성소(聖召)가 없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삶이 고달플 것 같아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 성직자, 수도자의 생활이 궁핍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다 보니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그 생활이 궁핍하지 않은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봉쇄수도원이나 규율이 엄격한 수도원들은 이와 같은 성소의 격감(激減) 현상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힘들게 사는 것 자체가 목적도 아니며, 그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쉽지않은 생활을 통해 추구하는 성덕(聖德) 혹은 다른 어떤 은총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과 체험을 보여줄 때에 이 생활이 훨씬 가치있음을 알아보는 성소자(聖召者)도 나오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신앙을 가진 자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기쁨’을 넘어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기쁨과 확신을 보여줄 수 있을 때에, 우리의 신앙이 세상의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 데에 더욱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르나르도 성인의 정신과 삶을 기억하는 가운데 세상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성인의 전구를 청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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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감할 만한 기쁨과 확신을 보여줄 수 있을 때에...."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