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는 선배 신학생들, 그리고 선배 신부님들을 보면, 인간적으로는 모가 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못난 사람들이 많다고 말입니다. 공부를 해도 잘하는 사람은 몇 안되고, 인물이 잘난 사람도 별로 없고, 특별한 재주가 있다거나 해서 주목받을 만한 사람도 있지만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신부가 되기만 하면, ‘와~ 잘한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만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사목자로서 적합한 사람, 뛰어난 달란트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들이 심심찮게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것일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신부로서 살기에, 또한 한 사람의 신앙인답게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적으로 잘나고 못나고, 똑똑하고 그렇지 않은 것보다 하느님을 자기 마음과 삶 속에 모셔들일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입니다. 신부들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하며 살겠다는 결심으로 마음을 비워본 사람들입니다. 항상 그렇게 살지 못해서 안타까워하고 뉘우치기도 하지만, 하느님을 모셔들이고 하느님과 함께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마음,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누군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순수하게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줄 아는 그 모습이 바로 신부들을 사목자로서 뛰어난 모습을 지닌 사람으로 살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똑똑하다는 사람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에 무딘 마음을 지닌 사람들보다 하느님께로 마음이 열려있는 어린아이같은 이들을 통해 우리의 구원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어린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놀라운 일을 이루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