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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사람은 그냥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안경이나 망원경이 아닙니다. 사건과 사물을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모든 것을 걸러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때로는 보다 행복하게 사는 데에 장애물이 됩니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종이를 한가지씩 나누어 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장점을 몇가지씩 적도록 합니다. 어떻습니까? 일일이 다 채워넣기가 쉬울까요?

처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척 어려워합니다. 꼭 다 채워야 하는지를 묻기도 하고, 칭찬할 만한 장점 대신에 다른 것을 적어넣으면 안되냐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정말 노력하고 몰입하면 다 채워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을 본 마을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서 생각해봅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신 좋은 일을 두고도 의심한다거나 하느님의 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자신들의 생각 때문에 결국 그분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하고 멀리 떠나보내는 모습은 서로의 장점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장점으로 인해 함께 행복해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지 않은가 말입니다.

 

  곧 여름방학이 다가옵니다. 한달여 전에 여름방학과 대학 수시 입학전형을 앞두고, 중요한 대사(大事)를 치를 자녀들만 한국에 들여보내야 한다던가 혹은 원서접수를 온라인으로만 해두고 결과만을 하릴없이 기다려야 함에 안타까워하는 수험생의 어머니들을 보았습니다. 혹은 자녀들의 진로결정을 위해 다른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입시를 치르고자 결심하신 부모님들도 계실 것입니다. 차마 예기치 못했던 작금의 어수선함 속에서 입시라는 중대사(重大事)에 임하는 자녀들을 마지막까지 격려하고 힘이 되어줄 우리의 몫을 떠올려보면서 오늘 복음의 메시지를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수험생 자녀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지쳐 있을 이때에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수험생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저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자신만이 힘들어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 어려움을 안고서도 이겨내기 위해 자기만의 노력을 하는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 눈이 쉽게 피로한 아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 등 그 모습이 다양하지만, 그 어려움이나 약점을 이겨내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그 아이의 마음과 노력은 다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그만의 장점이 아닐런지요? 그것이 커다란 장점이든 빛나지 않는 장점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구체적으로 헤아려주고 그 노력을 가상히 여겨 칭찬해주는 것이 우리네들의 몫이 아닐까요?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떠나, 그저 많은 수험생 중의 하나가 아니라 세상에 우리 아이와 똑 같은 수험생이 하나도 없는 고유한 장점을 발휘하며 수험기간을 보내고 있는 그 자체에서 기특하게 보아주는 시선 그리고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수고했고 힘겨움을 견디느라 애썼음을 그만큼 성장해온 표지로서 인정해주는 것으로써, 우리는 오늘 복음의 어떤 이들 곧 예수님의 능력과 선행과 은총 속에서도 기뻐하지 못하는 이들이 누리지 못했던 안도감과 행복을 자녀들과 나누며 자녀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련의 시간을 더욱 뜻있게 보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바라봐주는 시선이 우리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의 자녀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합당하게 주어지기를 청하는 기도가 단순히 ‘애닳는 마음의 표현만으로 그치지 않고 감사와 기쁨이 함께 담긴’ 기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
    Abel 2020.07.01 08:19
    코바로 여러가지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과 부모님을 위하여 기도 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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