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달레 천주교회사」에는 황일광이라는 백정 출신의 천민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가 처음 신자들 모임에 갔을 때 당대 석학인 양반들이 자신의 옷 소매를 끌며 어서 올라오라며 환영했습니다. 천민은 감히 양반의 대들보 위에 오를 수 없는 시대였기에 황일광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신분이 어떻든 서로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천주님을 믿으면 죽어서 천당에 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게는 천당이 두 개 있습니다. 지금 여기가 천국이고, 죽어서 갈 곳도 천국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평신도들은 교회 창립때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는 것은 물론 세상의 모든 제도와 문화를 뛰어넘어 하느님 말씀을 지키는 것 을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선조를 모신 평신도들이 그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삶의 현장에서 세상의빛과 소금의 역할을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모으는 주일이 오늘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들은 성직자나 수도자와 달리 세상에 속해 있고 세상에서 활동하도록 불림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세 상의 흐름을 복음 정신으로 변화시키고 살아야 할 큰 소명을 받았기에 혼란한 세상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로 힘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중심의 신앙이 자리 잡지 못하면 자칫 세상의 빛과 소금 이 되기보다 세상에 휩쓸려 속화되기 쉽습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신자들의 복음적 삶이 이어지고 있기에 비신자들에게 앞으로 신앙을 갖게 되면 어느 종교를 믿겠느냐는 질문에천주교라는 답이 월등히 많습니다. 여전히 천주교는 어지러운 세상의 희망이고, 그 어느 종교보다 깨끗하며 함께 하고 싶은 종교로 남아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보이는 곳과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신자 들에 기인한 것입니다. 평신도들의 구원이 이뤄지는 장은 몸담고 있는 가정과 직장, 그리고 세상 한복판입니다.

 

평신도 주일을 지내면서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고유한 특징인 세상의 복음화에 앞장서는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신앙의 선조들처럼 여러분들의 삶이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현존을 알리는 표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례성당 주임 김성표(루카) 신부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