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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전교 주일입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도 이에 걸맞게 예수님께서 떠나시기 전,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부여하시는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오늘날 사람들의 종교관은 종교다원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듯합니다. 하나의 종교에 소속되어 그 종교에서 제시하는 가르침대로 살아가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종교의 믿음과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고유한 종교심, 혹은 영성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학교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저 역시 신자가 아닌 교수들이나 학생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이러한 모습을 종종 보고는 합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나 영성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로 신적인, 혹은 초월적인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인간이 믿고 따라야 할 진리와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더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 안에서는복음화된 모습이 많이 느껴집니다.

 

물론 그들에게 성당에 다녀보자고 권유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저 웃거나, 혹은 좀 더 시간을 달라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위해 마련하실 섭리의 방향과 그 순간을 좀 더 기다려 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을 위한 복음화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해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신념과 믿음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신념이 하느님을 발견하고 만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느님은 진리 그 자체이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는 때와 방식 역시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는 그저 제가 알고 만나고 체험한 하느님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그렇게나 자신을 복음화시키는 데에 더 집중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신념이라고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혹은 그 모든 것의 최종 목적지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가는 데에 아주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카톨릭대학교 교수 황은모(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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