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의 고향 방문기가 전해집니다.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의 설교 말씀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감탄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선뜻 인정하지 못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예수님을 위대한 인물로 인정하기에는 그 집안이나 출신이 너무 평범하다는 투의 반문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단지 목수의 아들이었고 마리아의 아들이었을 뿐입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긋지긋한 로마의 억압에서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줄 메시아가 눈앞에 나타났지만 예수님은 메시아가 아닌 별 볼일 없는 목수 요셉의 아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선택된 백성에 속하였지만, 자칫하면 그들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구원을 놓칠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평범한 일상 가운데 오십니다. 그분은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성경과 매일 거행되는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시는 성체의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하느님 나라, 예수님과의 만남은 우리 생이 다한 뒤에 오는 상상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부터 말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저지른 실수 가운데 가장 큰 실수는 ‘알아보지 못함’이었습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애타게 기다려왔던 메시아께서 바로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하느님 나라와 말씀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잘 알아 뵈올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산내성당 주임 황인욱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