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위한 기도
저는 교구 청소년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만나게 되는 경우도 거의가 당일 또는 1박 2일의 연수나 교육 때입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열흘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해외봉사활동이나 4,5일 정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해외성지순례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경험하며 조금이나마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어른들 중에는 간혹 청소년들을 두고 ‘버릇이 없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성격이다.’, ‘덩치만 크지 아직 어린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청소년들의 말이나 행동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어른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 없이 혼자 커서’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어른들 스스로 청소년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형제 없이 혼자 큰 것은 청소년들의 의지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청소년들도 여럿이 함께 모이면 그 안에서 자신의 몫을 합니다. 작년 여름 청소년들과 함께한 일본 성지순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함께하는 일정 동안 고등학생들은 형과 누나의 몫을 다하였고, 중학생들은 동생의 몫을 다하였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버릇없고 이기적이라고 어린애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부족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전적으로 저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일 뿐,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몫을 잘 해내었습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청소년들을 보면 한없이 부족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이 부족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과는 다르지만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배워 나가고, 느리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갑니다. 물론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바라볼 때, 청소년들이 어른 세대보다는 시행착오를 덜 겪고 그 길을 잘 걸어가기를 바라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더 큰 시련과 아픔이 그들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 또한 그들에게 주어진 몫이고, 우리들이 그랬듯이 우리의 청소년들 또한 지혜롭게 잘 이겨나가고 자신의 몫을 다 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를 청하는 기도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삼위일체이신 주님, 저희 청소년들에게 당신의 지혜를 주시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할 수 있도록 하소서. 아멘.”
교구 청소년국장 황성재 프란치스코 신부
2018년 5월 27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청소년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