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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본당의 저녁 미사를 집전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본당에 들어서자 몇몇 주일학교 아이들이 마당에서 떠들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고 있는지, 다른 아이는 왜 언성을 높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의 소리는 마당을 넘어 고해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고해성사에 방해될 법도 했지만, 그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騷音)이 아니라, 사죄경처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아름답고 귀한 소리처럼 다가왔습니다.

오늘은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자 한국 교회가 정한청소년 주일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세계 어린이의 날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날을 맞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초대하셨고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교황님께서는세계 어린이의 날을 만든 목적을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남녀 청소년들의 소란스러움은 그들의 꿈의 소리, 열정의 소리,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의 소리, 이 시대의 불협화음을 음악으로 바꾸는 그들 역량의 소리입니다.”(2023.12.7) 라고 말씀하십니다.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51항은,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특징을인격적 친교를 이루는 동반자 사목이라고 말합니다. ‘인격적 친교는 성령의 은총 안에서 성부와 성자께서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를 그 원천으로 삼고 있고, ‘동반자 사목은 불안과 의심 속에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와 함께 하시며 그들에게 복음이 되어 주셨던 부활하신 예수님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는 단순히주일학교에 아이들이 몇 명이 참석했는가?”를 청소년 사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 사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주일학교 아이들의 숫자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청소년의 복음화는청소년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인격적 대화를 나누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복음의 힘으로 그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생활 방식 등을 변화시켜 새롭게 하는 것.”(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25항 참조)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랑이신 삼위일체의 신비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으시며 친교를 나누신 부활하신 예수님(루 카 24,13-35)의 모습을 따라,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며, 함께 걸어가는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간다면, 청소년 사목에 드리워져 있는 암울한 전망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아이들의 소리를 소음(騷音)이 아닌 세상과 교회의 가장 아름답고 귀한 소리로 귀담아들으며, 청소년의 동반자로 덩실덩실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청년청소년국장, ()대구가톨릭청소년회 사무국장

문창규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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