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나치 시절, 독일의 신학자 카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아야 하고, 신문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더 나아가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세상을 제대로 알아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가르침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말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과거 신문은 우리가 세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습니다. 하지만 기술 문명의 발달로 세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라디오,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현장의 생생한 소리와 영상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지금은 이런 것들도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손에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세상의 모든 뉴스를 보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실시간 손안의 휴대폰으로 보는 세상입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보는 데 온통 정신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지만, 다른 손에 성경을 들 생각도 없는 듯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파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 현대의 문명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 신학자 카를 바르트가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면,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휴대폰을!”이라고 외치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며 홍보 주일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이 이 시대에 와 있다면, 이런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같습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데에 모바일 기기와 빠른 인터넷은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되겠지요. 하지만 지나친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인간의 완전한 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 인공지능(AI)은 인간 마음에 깃든 지혜를 절대 대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류의 엄청난 기술이 한 손에 들려져 있습니다. 다른 손에는 성경을 들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힘입어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세상을 바로 보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가톨릭신문사 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