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을 위한 성령 강림
찬미예수님,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통하여 이루어진 구원이 성령 강림과 더불어 교회의 사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기에”(1코린 12,13 참조) 우리는 세례로 성령을 받고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20,19-23)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워 떠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신 다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하고 제자들을 교회의 사명으로 파견하셨습니다. 말씀하시기를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해 주라는 명령에 앞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는데, 성령을 받으면 사랑을 받게 되고 죄를 용서받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용서받은 사람으로서 용서해 주라고 하신 것입니다.
제1독서(사도 2,1-11)에서는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성령이 내려와, 모두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됩니다. 당시 예루살렘의 온 나라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지방 말을 듣고 놀라워하고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이런 다양한 표현은 오직 한 가지 목적, 곧 교회가 여러 나라 다양한 말로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위한 것입니다.
제2독서(1코린 12,3ㄷ-7.12-13)에서는 사도 바오로가,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주님을 고백할 수 없으며, 은사나 직분이나 활동이 여러 가지이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시고, 주님은 같은 주님이시며,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시고,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신다고 전합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발표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성덕, 곧 거룩함은 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신자라면 누구나 응답해야 할 부르심입니다. 성덕의 비결은 바로 성령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교황님께서는 “성덕은 커다란 도전들을 통해서 뿐 아니라, 험담을 거부하고, 인내와 사랑으로 경청하며, 가난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은 작은 일들을 통해서도 성장합니다.”하시고(제1장 참조), 제4장에서는 오늘날 성덕의 징표 다섯 가지를 소개하시는데, 1) 인내와 온유함, 2) 기쁨과 유머 감각, 3) 대범함과 열정, 4) 공동체성, 5) 지속적인 기도를 언급하십니다.
혹시라도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모습을 새롭게 하소서.”(시편 104,30)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복음 환호송)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는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부속가 참조)이시기 때문입니다.
교구 총대리 ㅣ 장신호 요한보스코 주교
2018년 5월 20일 성령 강림 대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