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성대한 환호 속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하는 오늘입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하고 외치던 목소리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며 그분을 죽이라는 목소리에 묻혀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이사야가 예언한 ‘주님의 종’으로서 우리를 위해 수난하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이사 50,7) 이사야가 노래하는 주님의 종은 수난을 당하는 와중에도 하느님의 도우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8) 하느님을 신뢰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하고 부르짖을 정도로 하느님 아버지께 철저히 버림받았음을 느끼셨습니다. 희망이 사그라진 듯 보였으나 예수님은 소리쳐 부르짖었고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를 신뢰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예수님에게서 이사야가 노래한 ‘주님의 종’의 모습을 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고난받는 종’을 자처하셨고,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예수님은 반대자들의 표적이 되어 십자가의 죽음을 겪으셨지만 부활하심으로써 십자가는 구원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구원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십자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순종하는 삶이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불행 앞에서 쉽사리 좌절하거나 절망하며 주저앉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님께 청합시다. 십자가의 신비를 묵상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은혜로운 성주간이 되기를 빕니다.
인동성당 주임 | 조재근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