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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축제를 지내러 그리스인들은 필립보를 통해 예수님을 뵙고 싶다고 청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영광스럽게 때가 되었다고 하시면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라고 하십니다. 당신을 뵙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대답을 하셨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생애 전체를 바라본다면 말씀을 이해할 있을 같습니다.

 

죽은 라자로를 소생시키신 예수님을 유대인들은 죽일 것을 결의했고, 그런 위험 가운데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축제 예루살렘에 당당하게 입성하셨습니다.(요한 12,9-19) 그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당신 자신이 영광스럽게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영광은 다름이 아닌 십자가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은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당신 십자가 희생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에 이르셨습니다. 수난과 영광의 길을 미리 말씀하시고,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요한 12,26)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뵙고자 하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처럼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떼르뚤리아누스 교부는그리스도인의 피는 씨앗이다(Semen est sanguis christianorum).”라고 했습니다. 피를 흘린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 그리스도교는 지난 이천년간 수많은 신앙인의 피를 씨앗으로 하여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순교자들이 자신의 피를 흘리면서 알의 밀알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을 있었던 것은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바랬던 것처럼 예수님을 뵙고 그분과 함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예전에 봉쇄 수도원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세상과 교회를 위해 그분들이 우리를 대신해 희생하고 기도하기 때문에 세상이 유지되고 교회가 구원의 여정을 해나갈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희생하여 많은 열매를 맺을 알의 밀알로 살아갈 있는 방법은 우리 주위에서 많이 찾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예수님을 뵙고, 그분과 함께 영광을 누리기 위한 방법은 알의 밀알이 되신 예수님을 본받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뿐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김정희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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