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또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받으며 신부님으로부터 듣는 권고입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던, 예수회의 앤토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 신부는 이러한 글을 남겼습니다. 어떤 구두쇠가 수많은 돈을 저축해 놓고 가장 좋은 투자법을 결정하기 전에 일 년 동안 즐기기로 하였답니다. 그렇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갑자기 죽음의 사자(使者)가 나타나 그의 목숨을 거두어 가려 하였습니다. 부자는 조금만 더 살게 해 달라고 사정 사정을 해 보았지만 통할 리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사흘만 더 살게 해 주면 제가 가진 재산의 반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간청하여도 사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부자를 세게 잡아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부자는 “하루만 말미를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그러면 제가 일생 동안 벌어 놓은 돈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사자는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부자는 겨우 단 하나의 허락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길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얻은 것입니다. “이 메모를 발견하는 사람은 보시오. 어느 정도 살 만하다면 재산을 모으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남을 위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시오. 나는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그걸로는 단 한 시간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앤토니 신부는 덧붙입니다.“백만장자가 죽으면 사람들은 묻는다. 재산을 얼마나 남겼을까? 대답은 물론 전부이다. 사실, 그가 남긴 재산은 남긴 게 아니라, 가지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다는 것’. 또, ‘우리 자신이 먼지이며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어디에서 온 존재이며,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를 깨닫고, 그 마지막 때를 미리 헤아려보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됩니다. 그 마지막 때는 앞서 소개한 부자의 이야기처럼 이 땅의 물질적인 것, 악착같이 모으고 베풀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때일 것입니다. 먼지인 존재가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데 무엇을 더 챙겨갈 수 있을까요?
결국, 회개 즉, 하느님께로 방향을 돌리는 삶은 먼지 같은 존재인 우리들이 끝까지 움켜쥐고 누리고 즐길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참으로 가치 있고 필요한 일에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복음의 가치를 세상의 가치보다 우선시하며, 죽어서도 가져갈 수 있고, 하느님 앞에 내어놓고 자랑도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지금부터 챙겨놓는 삶의 모습일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바로 이런 회개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머리에 재를 얹으며 들은 이 말씀, 또 오늘 예수님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선포된 이 말씀이 사순 시기 동안 여러분들 일상의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