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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 처럼 가족은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이지만, 때로는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작은 서운함이 쌓여 오해가 생기고 결국 얼굴을 돌리기도 합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고, 로마 건국신화에도 형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살해합니다. 그리스신화, 희극 등에서 형제 간의 반목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안싸움이라는 어쩌면 진부한 주제는 오늘날에도 드라마,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갈등이 일어나기에 가장 쉬운 관계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정은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이다." 가정은 그 사람의 어떠 어떠함, 곧 외모나 성격, 재능, 재산 등에 의해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와야 인정받고, 성적을 잘 받아야 인정받는 곳이 아니라, 내 존재의 '있음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가 바로 가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집을 나설 때 화장하고 좋은 옷을 입고 화려하게 꾸미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화장을 지우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드러눕습니다. 가정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가정은 '구원이 이루어지는 장소'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원은 꾸며진 내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내 존재 그 자체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가정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구원을 연습하는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대부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 틀 안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자녀로서 각자 노력하고 희생하고 포기하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이 '수련의 장소'인 것입니다.

 

성가정 축일이자 한 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 수련하며 구원을 만나는 연습을 하면서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근화여자고등학교 교목실장 I 주요한 사도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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