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폐쇄 공포증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중년이 되면서 갑자기 생겼습니다. 물론 폐쇄된 장소만 피하면 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작년 겨울, 지속적인 두통으로 뇌 MRI를 찍게 되었습니다. 촬영 전부터 불안에 떨었던 저는 시작되고 10초가 지나자 견딜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당장 통 안에서 나가지 않으면 의식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내어 직원분을 부르려고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몸도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었고 이대로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날 구해주실수 있는 분은 예수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저는 주모경을 바치며 주님께 손을 잡아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기도와 함께 버티던 중 조금씩 손이 움직이고 마비가 풀리는 것을 느꼈고 이내몸의 떨림도 멈췄습니다. 결국 저는 힘들긴 했지만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삶 안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련 중에 있을 때입니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괴롭거나 벅찰 때 우리는 희망을 생각하고 다시 힘을 냅니다. 그런데 이 희망이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질 약속이라면 어떨까요?
오늘 1독서에 보면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이사 25,9)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거는 희망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오늘 복음을 보면 하느님이 주시는 희망은 대상을 구분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혼인잔치 초대장이 주어지지만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쫓겨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격은 무엇일까요? 바로희망이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 희망을 주셔도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없습니다. 그분께서 주시는 희망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시련은 믿음을 잃게 만들지만 더욱더 간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주저앉고 싶을 때, 믿음을 내려놓고 싶을 때, 그 순간 간절히 믿음을 붙잡으십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문화홍보국 차장 | 이재근 레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