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한국에서 오랫동안 이주노동자로 일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의 소식을 듣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동남아시아에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서 여러 해 동안 일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부유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고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또다시 고국을 떠나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국가 등으로 일을 하러 떠나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는데 무슨 이유로 다시 또 가족들과 떨어져 다른 나라로 가서 일을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자신들의 고국에서는 살기가 힘들다고, 일자리가 없다고 그래서 힘들지만 또다시 다른 나라로 가서 일을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가족들과 떨어져서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힘든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국에서는 안정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거듭해서 이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난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빈곤, 박해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 이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주할지 또는 머무를지를 선택할 자유’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에 대해서 언급하시면서, 모든 사람에게는 이주로 내몰리지 않을 권리가 있고, 모국에서 평화롭고 품위 있게 살아갈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더불어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을 우리 여정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 하십니다.
이미 우리 한국 사회에도 많은 이주민과 난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난민들은 물론 자신들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서 한국으로 이주를 했지만, 한국 사회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주민과 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내가 나그네 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과 나그네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동일시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나그네를 따뜻이 맞이하는 것, 곧 ‘환대’는 덕행 중의 하나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의무’ 입니다.
오늘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이주민과 난민들을 우리 삶의 ‘동반자’, ‘형제, 자매’ 그리고 ‘이웃’으로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과 연민의 시선으로 환대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력해 봅시다.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 이관홍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