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입니다. 이번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산이나 바다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피서법일 것입니다. 또 하나의 피서법이 있다면 그것은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일 것입니다. 이번 여름 저도 학교 집중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피정이라는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않았던 책 두 권을 책장에서 꺼내어 가방에 넣고 피정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방에서 고요히 이 책들을 읽으면서 선풍기 바람과 함께 시원한 마음의 피서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에서 나온 ‘다시 읽는 명작’ 시리즈 중에 A.J 크로틴의 『천국의 열쇠』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선교를 떠난 치셤 신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가 알기로 신부님들의 혹은 신학생들의 성소 동기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책일 것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열쇠가 정말 있을까요? 그런 열쇠가 있다면 저도하나 구입하고 싶지만, 사실 천국으로 가는 열쇠는 아마도 이 책에서 나오는 치셤 신부의 삶과 같은 그런 삶을 살 때 주어지는 은총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십니다. 왜 베드로가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을까요? 해답은 아마도 베드로의 다음과 같은 고백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고백 직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십니다. 베드로의 이러한 대답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입니다.
이 말을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우리도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예수님에 대한 나의 어떤 고백이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 때 이미 그 고백을 했습니다. 물론 유아 때는 부모님이 대신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일 미사 혹은 매일 미사를 통해서 오늘도 그 고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백이 하나의 형식적인 고백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살아계신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 모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물으셨던 것처럼 복음을 통해서 오늘 우리에게도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나의 언어로 나의 신앙을 고백할 때 우리도 베드로처럼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나영훈 안토니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