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새벽녘에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고, 눈앞에 있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걱정되어서 그들에게 다가가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놀랍니다.
예수님을 유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유령이라고 생각하다니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놀란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요한 호숫가에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둠이 온 누리를 덮고 있는데, 어둠에 덮여있는 호숫가에는 물안개가 자욱했을 것입니다.
물안개가 자욱한 호숫가에 파도와 바람이 몹시도 불어오고 있어서, 눈앞을 분간하기도 힘든데, 저 멀리에서 무엇인가 희끄무레한 게 보인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아마도 놀라겠지요? 귀신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제자들이 예수님을 보고 두려워했던 것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예수님께 청합니다. 무엇을 청하는가 하면 바로 자신도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되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베드로는 거센 바람을 보고는 의심이 들어 그만 물에 빠지고 맙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모습은 우리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언제나 예수님께 무엇을 청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등바등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 베드로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보면서도 의심을 가지고, 물 위를 걷는 그분을 따라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센 바람을 보고 의심을 가지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우리에게 ‘이 믿음이 없는 자야!’라고 하지 않으시고, ‘믿음이 약한 사람아!’라고 하십니다. 인간적인 나약함 때문에 우리의 믿음은 베드로와 같이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심에서도 예수님은 베드로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어 구해 주시듯이 우리를 구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베드로처럼 의심을 하더라도, 예수님께 “구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오늘 되시면 좋겠습니다.
성요셉성당 주임 | 이찬우 다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