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감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오한, 두통, 인후통 등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나니 그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침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어려울 만큼 기침을 했고, 그 모습을 본 본당의 교우분들께서 기침에 좋다며 도라지와 생강을 달인 물, 배 도라지즙, 기침에 좋다는 사탕, 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갖다주셨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제겐 복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월, 반년 동안의 안식년을 끝내고 첫 본당 주임 신부로 새로운 소임지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소임이었지만 기대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잘하고 싶은 바람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의욕만 앞서 뜻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내어 맡기기보다 제 의지, 제 욕심이 앞선 삶을 살았음을 반성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마태 11,26)
스스로 지혜롭고 슬기롭다 자신하며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신만을 내세우는 이들은 하느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하는 이에게만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많이 배우고 아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많이 앎으로써 제 생각과 고집에 스스로 갇혀 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어린이 같은, 철부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입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오롯이 내어 맡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이들을 주님께서는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을 초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마태 11,28)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안식은 세상이 주는 일시적인 안식과 평화와 같지 않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갈 때 주어지는 보상으로, 이는 영원한 것입니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멍에를 함께 짊어지고 세상을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안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좌성당 주임 | 류인열 아브라함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