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다.”라는 말은 다들 아시지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긴다는 말인데, 사실 이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손자병법의 원래 문구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지요. 좀 더 현실감이 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손자병법의 이 유명한 문구 뒤에는 두 구절의 문구가 더 있는데요. 전체 문장을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으며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저는 이 유명한 구절이 우리 인생에도 딱 어울리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싸움을 삶으로 바꾸면 딱 맞는 표현이 되지요. 매번 우리 삶이 반드시 위태로울 것인가, 아니면 왔다갔다 할 것인가, 아니면 평생을 살아도 위태로움이 없을 것인가 하는 것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에 달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상대를 누구로 설정하느냐입니다. 나는 나니까 알아야 할 대상이 확실한데 상대는 누구를 알아야 할까요?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상대는 바로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면 우리 모든 삶에 불안과 불만, 위태로움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우리 삶은 불안했다가 괜찮았다가 불만이 있다가 없다가 그렇게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끝으로, 하느님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우리는 늘 불안과 불만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갈 것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이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줍니다.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이 한 분이시라는 이 신비가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사랑 자체이시기에 그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신 하느님의 이 신비를 우리가 얼마나 잘 묵상하고 우리 삶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바로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열쇠가 되겠지요. 이 신비는 한순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의 영역도 사색의 영역도 탐구의 영역도 아닐 것입니다. 계시의 영역이며, 실천과 삶의 영역이겠지요. 삼위일체 사랑의 신비를, 일치의 신비를 살아가기 위해 성령께 도움의 은총을 청하며 그 신비 속에나 역시 녹아들어 가는 사랑의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성요셉재활원장 | 박재철 안토니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