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사제직
오늘 말씀의 전례에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들리는 말씀의 큰 흐름은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의탁에 맡긴 사제직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1독서, 레위기에서는 병에 걸린 이들은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사제들은 그들을 부정한 사람으로 선포하고 그들이 나으면 다시 그들이 병이 나았음을 선포해줍니다. 병에 걸린 이들은 병이 있는 동안은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 살게 되고 낫게 되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데 사제의 확인과 선포가 필요함을 1독서는 알려줍니다. 직무로만 수행했던 사제직의 삶이 어떠했는지 레위기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본질을 잊고 있다면 심판관의 역할만 하겠구나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복음은 제1독서의 연장선에서 쫓겨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대표해서 나병환자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해석해 보았습니다. 그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하며 예수님께 주도권을 넘기며 그의 바람을 청합니다. 그러자 사제직을 수행하시는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하시며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삶의 자리에서 구분되었던 그를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으시고 나병환자였던 그가 원래의 삶의 자리에 돌아가도록 하면서 나병환자에게 통합의 삶을 살도록 그를 인도해 주십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율법대로 치유된 나병환자가 해야할 절차를 알려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사제직의 삶은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고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통합으로 이끌어주시는 사제직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이러한 사제직을 살아가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제2독서에서 이렇게 당부합니다. “형제 여러분,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 또한 많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유익한 것을 찾으십시오.”
사제로 살아가는 제 자신이 제 영광을 위하여 하느님을 이용하고, 교우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니 찔리는 것이 참 많습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천부성당 주임 박장근 베드로 신부
2018년 2월 11일 연중 제6주일 (세계 병자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