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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으려고 지도를 들여다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위치한 곳입니다. ‘나는 어디에 있으며, 누구인가?’와 같은 자기 인식으로써 그리스도인은 삶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했을 때, 예수님께서는주님의 기도라 불리며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기도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어서 기도를 드리는 자세로서 항구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기도는 무엇입니까? 기도는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우리 자신이 누리는 내밀한 관계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들으며, 저는 우리가 기도의 방법·비법을 배우기보다 왜 우리가 기도하는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말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집요하게 하느님께 졸라대라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 애걸하는 의존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기대하시지도 않을 것입니다.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라.’ 하심은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대상이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라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디서나 활용하기 쉬운 기도의 매뉴얼 하나를 제시하셨다기보다, 우리가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인지, 기도로써 하느님과 내밀한 관계 속에 있어야 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하십니다.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합시다. 기도는 그 끈을 잡아주는 버팀목입니다. 순간순간 하느님 아버지라고 불러 봅시다. 자리 잡고 앉아 시간과 공을 들여 한다기보다는 어디서든 언제든 그냥아버지라고 불러봅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과의 관계를 지속해 봅시다. 감히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도록 허락하시는 하느님께 의지하고 그분께서 우리 마음속에 오시도록 청합시다. 우리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상을 떠올리도록, 그리하여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 세상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우리 또한 그분의 다스림 안에 머물 수 있기를 청합시다. 사랑의 내밀한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 관계 안에서 성장·발전하는 영혼이 됩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최의정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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