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나 동료 신부님들과 대화를 할 때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나 성전 건축에 대한 이야기, 군 생활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오갈 때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제생활하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동기 신부들도 저에게 다양한 사목 경험을 한 신부라고 이야기해 주기도 합니다.
사제 생활을 한 지 이제 20년이 막 지났습니다. 군종 사목을 하면서 남들은 잘 해볼 수 없었던 이라크 파병 생활도 해 보았고, 성전 건축을 하면서 여러 성당에 모금활동을 다녔던 경험, 중국 교포사목을 하면서 지냈던 생활들, 그 모든 생활과 경험들이 저에게는 하나의 자랑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본당신부가 아닌 2대리구 사무국장으로서 또 하나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들을 자랑거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럽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갈라 6,14)라고 말씀하신 바오로 사도처럼, 주님의 부르심에 그저 묵묵히 응답하며 살아가는 많은 신부님들과 수도자, 평신도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일흔두 명의 제자들이 세상으로 파견되어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돌아와 기뻐하는 모습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그 제자들에게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했고, 보았고, 이루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주님께서 말씀하신 그 방법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고 거기에서 기쁨을 얻어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 아닐까요? 진정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들께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 법칙을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하느님의 백성에게 평화와 자비가 내리기를 빕니다.”(갈라 6,16)
2대리구 사무국장 | 김재호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