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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저는 엉뚱하게도 제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계들이 떠올랐습니다. 평소에 저는 컴퓨터, 텔레비전, 핸드폰 등등의 기계들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기기들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구동되고 움직이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컴퓨터의 원리는 이진법이고, 텔레비전은 주파수가 어쩌니저쩌니, 핸드폰은 CDMA 방식과 위성이 어떻고저떻고, 대충 주워들은 풍월이 전부입니다.

 

사실 누가 지금 그 모든 원리를 가르쳐 준다고 해도 감당이 안 되고 머리만 아플 것 같습니다. 그 원리는 지금 내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에게 현재 중요한 것은 그런 원리가 아니고 그 컴퓨터, 텔레비전, 핸드폰의 사용법입니다. 그걸 알아야 사용을 하고 편리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복음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삼위일체 대축일. 성부, 성자, 성령 각기 위격을 가지고 서로 구별되시지만 세 분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 그 신비로운 하느님을 생각해 보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삼위일체 신비의 원리는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신비입니다. 우리는 그 신비를 어렴풋이 풍월로 알뿐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의 신비를 다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신비를 생활로 사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사람이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듯이 우리라는 공동체로 살아보려 노력하고, 또 성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각자에게 맞는 십자가를 지고 각각의 신앙생활도 살아가고, 나와 우리 사이에서 함께 추구해야 할 성령의 뜻은 어디에 있는지 나누는 모습들. 그런 삶의 노력이 삼위일체의 신비를 몸으로 사용하고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위일체의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와 늘 함께하실 것입니다. 이 한 주도 삼위일체의 하느님과 함께 사랑하며 일치를 이루어 나가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4대리구 사무국장 | 이상화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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