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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을 믿으시나요? 가끔 주변에서 들리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으실 겁니다. 성경도 수많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적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그 일들이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대부분은 그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일으키신 첫 기적에 대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적은 놀랍게도 예수님의 의지가 아닌 성모님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모님은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며 그분께 큰 신뢰를 둡니다. 성모님의 믿음이 결국 예수님을 움직이게 합니다. 성모님의 믿음으로 시작된 표징이 제자들의 믿음에까지 이어집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카나의 첫 기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기적의 현상보다 성모님의 믿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믿음만 있다면 놀라운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여러 구절에서 믿음이 기적의 중요한 열쇠임을 알려줍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돌무화과나무를 바다에 심을 수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요한복음서는 공관복음서와 달리기적(듀나미스)’이라는 표현 대신표징(세메이온)’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요한복음서가 기적의 현상보다 의미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고 성서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된 현상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카나의 첫 표징에는 믿음과 새 시대의 도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결례에 쓰인 독은 구약을 상징하는데, 그 독에 담긴 물이 포도주로 변화되는 것은 이제 새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기적의 현상보다 의미에 더 집중한다면 기적은 성경 안에서만이 아닌 우리의 삶 안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믿음을 지니고 있을 때 우리 삶은 놀라운 기적의 현장이 됩니다. 마음이 닫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어느 순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용서는커녕 미움과 분노로 대했던 사람을 용서하기 시작한 것, 풀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이 너무 쉽게 풀려나가는 것 등 수도 없는 표징들이 우리 삶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새 시대는 이렇듯 믿음을 가진 내 삶 안에서 시작됩니다.

 

카나의 첫 표징은 나를 강한 믿음을 가진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된 삶을 살도록 촉구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변화가 가족, 이웃, 교회,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첫 걸음이 됩니다. 진정으로 가족과 이웃, 교회와 세상을 사랑한다면, 나부터 먼저 변화되어야 하겠습니다.

 

 

 

교구 성직자국장 | 서보효 라이문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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