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읍에는 동네를 가로지르는 작은 강이 있는데, ‘냉천(冷川)’이라 불립니다. 교우들과 함께 이곳을 산책하다가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이곳 냉천에서 세례를 받았다면, … 그러면 이곳이 요르단강처럼 세계적인 유명지가 되었을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또 생각해 보면,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신 장소가 요르단강이면 어떻고, 오천의 냉천이면 어떠냐고요. 중요한 것은 그분이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 아닐까요?
세례가 무엇인가를, 아니 그보다 성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사, 즉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를 받는 것은 하느님을 직접 만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세례성사는 처음으로 하느님과 만나는 성사이며,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는 성사요, 모든 죄의 용서를 받는 성사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과 같으신 분, 하느님의 아들, 죄 외에는 우리와 똑같으신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며 용서받을 죄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바로 성사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생활했던 열두 제자들은 세례를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과 직접 활동하지는 않았고, 예수님의 부활 후 주님을 체험한 뒤 안수를 받고 예수님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사도, 9장 참조)
하지만 성사 자체이신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회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1224항)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의로움을 이루시고자 죄인들을 위한 회개의 세례를 자청하여 받으셨다. 예수님의 이 행위는 당신의 ‘비우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느님의 위치에서 사람을 바라보신 것이 아니라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그리고 당신께서 죄 많은 인간들과 함께 죄의 용서를 받는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은 죄인들인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는, 당신의 의로움을 본받아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우리와 함께하시고자 하시니, 우리도 예수님의 의로움을 세상에 드러내는 신앙의 여정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실천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것을 찾아서 행할 수 있는 ‘주님 세례 축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천본당 주임 | 한창현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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